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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귀, 잘 안 들린다면"... 뇌 손상 부르는 '이 종양' 신호일 수도 [인터뷰]
나이가 들거나,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다 보면 청력이 저하될 수 있다. 대부분 이를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으로 여겨 대수롭지 않게 넘기곤 한다. 하지만 유독 한쪽 귀만 서서히 혹은 갑자기 잘 들리지 않는다면, 이는 청신경에 발생하여 뇌 손상까지 유발하는 '청신경 종양(acoustic neuroma)'의 초기 신호일 수 있으므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뇌에 발생하는 종양이라는 사실만으로 큰 두려움을 느낄 수 있지만, 청신경 종양은 조기에 발견하면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다. 최근 의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종양 제거는 물론, 손상된 청각 기능까지 회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비인후과 문인석 교수(세브란스병원)와 함께 청신경 종양의 주요 증상과 진단, 그리고 청력 재활을 위한 치료법까지 자세히 알아본다.
Q. 청신경 종양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무섭습니다. 암과 비슷한 질환인가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암은 아니지만, 암만큼 무서운 질환입니다. 청신경, 즉 청각을 담당하는 신경에서 처음 발생하는데, 종양이 자라면 뇌 안으로 들어와 뇌 손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무서운 질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청신경 종양이 생기면 어떤 증상을 가장 먼저 느끼게 되나요?
이름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듯이 청각 신경의 역할은 듣는 것이기 때문에, 종양이 커지면서 잘 못 듣게 되는 것이 첫 번째 증상입니다. 또한 청각 신경은 우리 몸의 균형을 잡는 역할도 일부 담당하기 때문에 어지럼증을 느끼거나 균형 감각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Q. 일반적인 청력 검사만으로 진단이 가능한가요? 어떤 검사가 필요한가요?
질환이 많이 진행된 경우 청력이 크게 떨어져 강력하게 의심해 볼 수는 있지만, 청력이 나빠지는 원인은 다양하기 때문에 청각 검사만으로 진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종양이다 보니 MRI 촬영이 가장 정확한 검사 방법입니다.
한쪽 청력이 반대쪽에 비해 서서히 또는 갑자기 나빠지는 경우 의심해 볼 만합니다. 노화나 소음으로 인한 난청은 양쪽이 비슷하게 나빠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한쪽에만 변화가 생기면 한쪽 청력만 떨어지게 됩니다. 이런 경우에는 MRI를 찍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양쪽 청력에 25% 이상 차이가 나면 MRI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므로, 한쪽 청력이 나쁘다면 전문의와 상담해 보시길 권유합니다.
Q. 진단을 받으면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하나요?
종양이 작을 때는 뇌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특별한 증상을 일으키지 않으므로, 굳이 제거하지 않고 경과를 관찰하며 지내도 됩니다. 수술 과정에서 신경과 종양이 단단하게 붙어 있는 부분을 제거하다 신경이 손상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종양이 어느 정도 커진다면 치료가 필요하며, 치료 방법에는 수술 외에 방사선으로 종양을 줄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Q. 종양 제거 후 '인공와우'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인공와우는 무엇인가요?
인공와우는 기계를 이용해 청각을 재활시키는 장치입니다. 소리는 귀를 통해 뇌까지 정보가 전달되어야 비로소 들을 수 있습니다. 만약 귀와 뇌 사이의 신경에 문제가 있다면 귀만 치료해서는 다시 잘 듣게 되지 않습니다. 이때 신경이나 달팽이관을 대신해 청력을 회복시키는 기술이 필요한데, 현재까지 가장 좋은 방법은 '인공와우'라는 기계를 달팽이관 안에 넣어 청각을 회복시키는 것입니다.
Q. 인공와우 수술을 받으면 청력 손실 이전처럼 자연스럽게 들리나요?
100%는 아니지만, 최근에는 기계가 매우 발달하여 원래 소리의 85%에서 90%까지 회복할 수 있습니다.1980년대 말 초창기에 수술받은 분들은 기계 소리 같아 힘들어했지만, 지난 10년 전부터는 사람 말소리의 80%, 최근에는 90% 가까이 근접한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Q. 기계이다 보니 찜질방이나 비행기 탑승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도 문제가 없나요?
기계가 몸 안쪽에 이식되어 있기 때문에 물이 닿거나 압력의 영향을 받지 않아 등산이나 비행기 탑승 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안쪽에 자석을 이용한 물질이 들어있어 공항 보안 검색대를 통과할 때 소리가 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증서를 발급해 드리며, 이를 공항 검색대에 제출하면 문제없이 통과할 수 있습니다.
Q. 청신경 종양 제거 후 인공와우 수술을 받는 경우가 흔한가요?
굉장히 드물고 최근에 도입된 치료법입니다.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약 5년 정도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종양을 제거할 때 신경을 살리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이론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내시경, 로봇 등 수술 기구가 발달하고, 수술실에서 실시간으로 신경의 기능 여부를 테스트하는 장치들이 개발되면서 신경을 다치지 않게 종양을 제거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덕분에 종양 제거와 동시에 인공와우 수술을 진행하여 청각 재활까지 도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Q. 수술 후에는 어떤 재활 과정이 필요한가요?
재활 과정은 환자에 따라 다릅니다. 선천적 난청으로 태어날 때부터 듣지 못했던 아기들은 말을 배우는 것처럼 수년간의 재활이 필요합니다. 반면, 청신경 종양 환자는 대부분 말을 이미 배운 성인이나 청소년기에 청력을 잃은 경우이므로 긴 재활은 필요 없습니다. 말을 배우는 과정 없이 듣는 것에 다시 익숙해지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정도의 재활이면 충분합니다.
Q. 청신경 종양 환자와 가족분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첫째, 안심하시라는 것입니다. 이 종양으로 인해 금방 생명을 잃거나 의식 소실, 전신 마비 같은 심각한 상황이 오지는 않습니다. 뇌종양 진단을 받으면 생명의 위협과 큰 장애에 대한 두려움부터 느끼시지만, 종양이 작을 때는 증상이 없거나 청각 및 평형 기능이 약간 나빠지는 정도입니다. 둘째, 치료법이 다양하게 있고 잃어버린 기능까지 되찾아드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면 뇌에 미치는 나쁜 영향을 예방할 수 있고, 나빠진 청력과 균형 감각도 재활을 통해 회복할 수 있습니다.
Q. 평소 귀 건강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관리법이 있을까요?
귀 관리는 무언가를 하기보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첫째, 귀를 너무 심하게 파지 말아야 합니다. 물기를 가볍게 닦는 것은 좋지만, 가렵다고 계속 귀를 파면 염증이 생길 수 있고, 이 염증이 안쪽까지 전달될 수 있습니다. 둘째, 너무 큰 소음을 피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조용한 곳에서 이어폰을 듣는 것은 괜찮지만, 소음이 심한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소리를 들으려고 볼륨을 과도하게 높이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Q. 마지막으로 오늘의 핵심 내용을 짚어주신다면요?
청각과 평형 기능의 소실은 삶의 질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듣는 기능이 망가지면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없어 고립되기 쉽습니다. 청각과 평형 기능을 재활하고 종양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은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으며, 이는 결코 어려운 치료가 아닙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전문가를 찾아 제대로 상담받으시면, 질환에서 해방되고 망가진 여러 기능도 다시 되찾을 수 있습니다.
기획 = 임지윤 건강 전문 아나운서